《Raw Data From The Streets》展을 열며..

그래피티를 시작한 여러 도시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작업해 왔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많은 사진이 남았다. 완성된 피스(Piece) 사진도 있지만, 그보다 많은 사진에는 작업을 위해 이동하던 , 우연히 발견한 벽과 장소, 함께 있던 사람들, 작업을 끝낸 보낸 시간, 그리고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흔적들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의 직접적인 계기는 올해 OCI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이었다. 전시장의 면에 그동안 아카이빙해 사진들을 전시했는데, 그래피티를 하는 사람들이 다른 공간보다 그곳에 오래 머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과거의 사진들을 보며 당시를 기억하고, 서로가 몰랐던 장면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완성된 작품만큼이나 주변에 남겨진 사진들이 많은 기억과 이야기를 불러낼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올해 그래피티 활동 30주년을 맞은 일본의 그래피티 롸이터(Writer) VERY1으로부터 한국에서 함께 전시하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 4 오사카에서 그를 만나 전시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가 오랫동안 촬영하고 보관해 사진을 모아 전시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개인전에서 보았던 사진 아카이브 섹션의 풍경도 떠올랐고, 또한 한국과 일본의 롸이터들이 관계를 맺기 시작한 햇수로 25년이 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각자의 거리와 시간 속에서 쌓아 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02 VERY1 처음 부산을 방문했을 , 형들 명과 함께 공항으로 그를 데리러 갔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는 내가 처음 만난 해외의 롸이터였고, 만남은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시작된 지점이기도 했다. 이후 그가 소개해 스코치 밸브와 같은 그래피티 노즐은 당시 한국의 그래피티 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은 대부분 전용 스프레이를 사용하지만, 그때는 한국과 일본 모두 지역의 공업용 스프레이를 이용해 작업하던 시기였다. 이처럼 서로의 도시를 방문하고, 함께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도구와 방식을 나누었던 경험들은 거창한 교류 사업이 아니라 실제 만남과 작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

사진들은 처음부터 전시를 위해 촬영된 기록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그래피티를 설명하거나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자료도 아니다. 우리가 거리에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남겨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다시 바라보니, 안에는 완성된 작품만으로는 없는 문화의 많은 부분이 담겨 있었다. 작업은 대부분 벽에 남겨진 결과를 통해 알려진다. 그러나 하나의 흔적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이동과 기다림, 만남과 대화, 동료들과 함께한 시간이 존재한다. 어떤 사진에는 인물만 등장하고, 어떤 사진에는 아무도 없는 거리의 벽이나 풍경만이 남아 있다. 당시에는 평범한 일상의 한순간처럼 촬영한 사진이지만, 시간이 흐른 다시 보면 그중 일부는 문화의 역사적인 장면을 담고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이러한 이미지들이 주변에 남은 부수적인 자료가 아니라, 문화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Raw Data From The Streets>展은 한국과 일본의 그래피티 롸이터 33인이 각자 직접 촬영하고 수집해 사진들을 공간에 모은 전시이다. 기록들은 외부에서 관찰하고 수집한 데이터들이 아니다. 실제로 안에서 움직이며 관계를 이어 우리들이 자신의 시선으로 남긴 내부의 데이터이다. 전시장에 펼쳐진 수천 장의 이미지는 일정한 순서로 정리된 역사 자료라기보다, 서로 다른 기억과 장면들이 부딪히고 겹쳐 만들어진 하나의 풍경에 가깝다. 관객이 모든 사진을 빠짐없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들 사이를 걷다가 장의 이미지 앞에서 잠시 멈추고, 안에 담긴 사람과 장소, 사진에 보이지 않는 앞뒤의 시간을 상상해 있다면 충분하다. 이곳에 모인 사진들은 우리가 그래피티라는 문화 안에서 어떻게 놀고 즐기며 서로의 삶에 연결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자신의 사진과 자료, 시간을 기꺼이 나누어 모든 참여 작가들에게 감사드린다. 전시장에서 기록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그래피티라는 문화의 표면을 넘어,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관계를 조금이나마 마주할 있기를 바란다.

2026 8
지알원 / G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