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알원
작업은 그래피티 문화 안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스티커 교류 행위를 캔버스 표면으로 옮긴 콜라주이다. 거리에서 스티커를 붙이고, 나누고, 수집하는 행위는 단순한 장식이나 태깅(Tagging)의 확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개인과 크루, 지역과 문화가 교차하는 하나의 사회적 제스처이자 기록 방식이다.
내 주변과 여러 도시에서 실제로 수집한 스티커들을 사용해 구성된 이 콜라주는, 내가 속해 있는 문화적 환경과 그 안에서 만난 동료들, 단체, 사건, 관계들을 그대로 드러낸다. 각각의 스티커는 하나의 존재이자 목소리이며, 서로를 덮어 지우지 않고 나란히 놓이는 방식은 거리의 씬 내부의 암묵적 윤리를 반영한다. 우리는 서로의 흔적을 존중하고, 쉽게 훼손하거나 지우지 않는다. 벽 위에서 레이어가 쌓이듯, 캔버스 위에서도 관계와 시간이 축적된다. 이 문화 안에서 스티커를 주고받는 행위는 교류이자 일종의 의식이다. 스타일을 교환하는 일이자, 존중과 신뢰를 나누는 행위이며, 같은 문화권 안에 속해 있다는 확인이다. 작업은 그러한 교환의 순간들을 수집하고, 다시 하나의 표면 위에 재배열한 결과물이다. 거리에서 흩어져 있던 파편적 기호들이 하나의 장면으로 응축되며, 개인의 아카이브이자 집단적 초상으로 기능한다.
제목인 ‘Defrag(조각모음)’은 흩어진 데이터 조각을 재정렬해 하나의 구조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가져왔다. 거리 위에 흩어져 있던 스티커 속 기억, 관계의 단편들을 모아 다시 배열함으로써,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문화적 네트워크와 그 존재를 기록하고 가시화하고자 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콜라주가 아니라, 거리에서 형성된 연대, 질서, 충돌,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이 응축된 하나의 문화적 지도이다.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