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스냅

/ Choryang Snap Project

이 프로젝트는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공공예술사업 <신초량 아카이브>의 일부분입니다.

주최 -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bout

개발의 논리는 결국 부산의 가장 오래된 동네라 부르는 중구, 동구의 원도심 일대를 덮쳤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청사진에는 “원도심의 재창조” “국제 해양 관광 메카” “유라시아 게이트”와 같은 구호 아래 개발이 진행 중이다. 공연장, 호텔, 리조트 등 앞으로 부산의 랜드마크로 불릴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는 정작 원도심에서 삶을 이끌어온 소시민들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나의 작업은 개발과 발전을 비판하고자 함에 있지 않다. 지역의 개발,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작은 장면 장면들과 잃어버리고 있던 일상을 기억하고 되새기고자 함에 있다.

 <초량스냅(Choryang Snap)> 프로젝트는 (신)초량 일대에서 펼쳐졌던 일상의 장면을 찾고 이를 거리예술(Street Art)의 형태로 풀어 내고 다시 일상에 드러내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이미지(이야기) 발굴 과정을 거쳤다. 첫 번째는 시민참여형 과정으로 1,2차에 걸쳐 작가 개인의 SNS를 통해 모집한 시민 참여자분들과 초량 일대를 함께 걸어 다니며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재미있는 풍경이 되는 장면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두 번째는 과거에 발행되었던 신문에서 초량과 관련된 기사를 모두 뒤져 여기에서 나온 사진 이미지들을 모았다. 이 두 가지 과정을 통해 수집된 수백 장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추려서 총 20여 점의 이미지를 선정했는데, 선정한 이미지들은 차이나타운 간판, 주민 자율 게시판, 어느 아파트의 비석 등과 같은 현재에 마주하는 장면들과 부산역 시위 현장, 불법 전단지를 부치는 모습, 정치인의 부산역 방문, 초량에 살던 가족사진 등과 같은 과거에 마주했던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 이 이미지들은 드로잉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총 19점의 거리예술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작업들은 버스정류장, 어느 이름 없는 화단, 골목길 구석, 작은 공원 등의 일상적 장소에 설치되었다. 거리 작업은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갑작스러운 방식으로 드러내어지고, 또 그들에 의해 훼손되고 사라질 수 있다. 이는 거리예술이 가진 재미있는 특징 중에 하나이다. <초량스냅>프로젝트는 거리예술을 행함으로 끝이 나는게 아니라 이를 기록한 사진으로 전시를 통해 발표의 과정을 거친다. 한성1918 전시장에서는 기록 사진과 함께 작업 장소를 표시한 지도가 함께 배포된다. 지도는 거리라는 외부의 공간과 전시장이라는 내부의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초량 일대를 산책하면서 <초량스냅>프로젝트 작업을 거리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안내자와 같은 장치가 되기도 한다.

 <초량스냅> 프로젝트는 (신)초량이라는 특정지역의 일상을 통해 다시 일상을 바라보게 하는 작업이었다. 원도심의 개발을 바라보면서 천민자본주의나 경제 불평등을 말하며 거대담론을 건드리며 비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숨 쉬는 것처럼, 때로는 남루하게 느껴질 만큼 자연스러운 우리네 일상을 끄집어 내서, 그저 다시 일상에서 마주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지알원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