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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nsa, Seoul


도시라는 공간을 우리가 인식하거나혹은 인식하지 못한 채 공생하는 요소로 가득 차있는 하나의 거대한 구역으로 풀이한다면 예술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거대한 조각상말끔한 곡면 형상의 건축물파사드를 수놓는 LED 캔버스 등 예술은 줄곧 담담한 태도로 도시민의 삶속에 혼재해왔다그리고 이들보다 더 빠르게 피어나고 사라지는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이야기하는 거리의 예술이 있다바로 지알원(GR1)의 그래피티(Graffiti)성수동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도만사(도시를 만드는 사람들)는 길거리를 가득 채우는 지알원의 그래피티를 공간 내부의 벽면으로 들여와 도시의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래피티라는 서구권의 문화를 그만의 독특한 어법으로 해석하는 한국 그래피티 1세대 작가 지알원은 이번 전시 <#&#&#>를 통해 동명의 신작 3점을 선보인다. ‘지알원 왔다감이 적힌 스티커를 길거리에서혹은 미술관이나 갤러리로 대표되는 주류예술 공간에서 볼 수 있었듯그는 전 세계 도시 속에 그의 흔적을 태깅(tagging)하는 한편이른바 서브컬쳐를 제도권의 안팎으로 들여와 비주류 예술의 확장성을 모색해왔다작가의 전작이 길거리에서 실제로 마주한 도시별 문화의 흔적을 회화로 풀이하는 데에 집중했다면이번 신작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속 가상의 공간에서 우연히 발견한 장면을 재현하며 그가 추적하는 정통 그래피티 너머로의 사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낙관(落款되나 중첩되고 지워지는 그래피티의 휘발성은 작가가 주목하는 가상 세계 속 빠르게 생성되고 소비되는 이미지의 특성을 닮았으면서도, ’graffiti’ 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온라인 상에서 떠돌던작가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홍콩타이페이그리고 도쿄의 거리 이미지는 작품 위 재현의 대상이 되어 현장성과 직접성이 강한 문화의 본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이때페인트 마카로 그려진 무수한 선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흑백의 조화는 동양의 정취마저 자아내며 서양의 질서와 맞부딪힘으로써 그래피티에 대한 개념적 반달리즘을 고한다이렇듯 그래피티를 근간으로 하는 지알원의 작품은 그 정의를 확장하며 주류와 비주류 예술온라인과 오프라인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정서를 아우르며 다양한 요소가 서로 충돌하는 교차점에 서 있다도만사의 열린 공간 안에서 마주 보고 있는 세 점의 작품은 이러한 작가의 고민을 대변이라도 하듯 각기 서로 다르게 충돌하며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예술로써 녹아들고 있다.

박민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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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maker on paper, 220cm x 220cm *3,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