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고급스런 하위문화(subculture)와 저질스런 고급문화

이태호(경희대 미대 교수) 

 “미술의 '순수'를 되풀이 떠들어대던 이우환의 작품과 길거리에 있는 지알원의 작품 중 어느 쪽이 더 순수한가?“ 
지알원, Seoul Shitty, 이태원 ‘콜라주 하우스’(7월1일-17일 2016년) 

 폭우 속을 걸어서 두 번째 간 곳은 그래피티로 잘 알려진 지알원(GR1)의 전시다. 그는 나이는 어린 편이지만, 우리나라 그래피티의 거의 1세대에 속하는 인물이다. 최근에 그는 서울로 거처를 옮겨 주로 벽보작업(paste up)을 하고 있는데, 전시회는 이태원(콜라주하우스, 이태원2동 340-17)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벽보작업은 2~3m 크 기의 종이에 직접 먹이나 마커로 그림을 그린 후, 그것을 길거리의 벽에 붙여 전시한다. 그림의 소재는 일상에서 버려진 음료수 용기 등 하찮은 것들이다. Seoul City를 패러디해서 SEOUL SHITTY(쓰레기, 똥같은…)로 한 작품전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우리가 사는 이 도시-대량생산/소비사회에서 ‘버려지는 것들’과 ‘버림’이 라는 행위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얇은 갱지에 그린 그것들은 거리에 나붙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바람에 의해, 혹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천천히 사라져갈 것이다. 

 나는 뉴욕시에서 Gaia, Elbow Toe, Judith Supine, Faile 등의 대담무쌍하고 화려한 벽보작업들을 보고 즐겼던 적이 있다. 지알원이 그들과 다른 점은 그들은 모두 원작을 그리고서, 그것을 기계적으로 확대 복사해 뉴욕시 곳곳이나 세계의 도시에 붙이는데 반해, 지알원은 모두 손으로 직접 그린 원작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손이 잽싸고 빠른, 부지런한 작가들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Blu와 가깝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길에 페이스트업을 한 후, 그것이 붙여진 거리를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이미 부산에 설치했던 작품 <Big Sister Is Watching You>로 한동안 사회문제로 떠오른 작업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초대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도 모르는 사이 일방적으로 작품이 지워지고 사라져 ‘표현의 자유’라는 본질적 문제를 제기했던 것. 그것은 짐작하듯이 청와대의 눈치를 과도하게 의식한 공무원들의 서툰 짓이었다. 전시된 사진은 작가가 직접 촬영 했는데, 오랜 세월 거리에서의 작업 중 체험적으로 체득한 촬영실력 때문인지 한 수준을 보인다. 그리고 작은 리플렛(안내장)에 그 작품이 위치하고 있는 거리의 지점을 표시한 지도를 첨부하고 있다. 

 내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작가는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이는 그가 거리가 아닌 실내에서도 종종 전시회를 가지지만, 그래피티작가로서의 자기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길에서 자유롭게 그리기 위해서 그도 얼굴없는 작가로 기꺼이 나서는 것이다. 준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수많은 세계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들이 그런 것처럼. 

2016